저는 그렇게 무더웠다는 1994년 봄에 강원도 산골의 작은 교회로 목회를 시작해서 25년째 목회를 하고 있는 목사입니다.
어려서부터 안되는 일이라고 배운 일에는 절대 가까이 조차 하지 않는 범생이로 자랐고, 목사의 길로 들어섰는데 되돌아 보면 정작 목회의 여정은 정말 부끄러운 일이 없다 할 수 없네요.
목회를 처음 나갔을 때는 목사라고 하면 그래도 존중해 주는 직업이었습니다만, 지금은 선뜻 목사라고 직업을 밝히는게 어려운 시대적 분위기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 사회에서 제법 알려진 목회자들이 정치적인 성향에서는 편향적인 면을 보이고 있고, 재정관리 부분에서는 불법을 자행하거나 사치스러운 면이 노출되었고, 심지어는 교회를 개인 사업자들이 보이는 것처럼 세습하여 교인들에게도 실망을 주고, 사회적으로도 비상식으로 보여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성적인 타락은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 걱정은 성직매매라고 불릴 수 있는 일이 보편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모습까지 노출된다면..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 모든 것이 돈과 권력, 섹스로 대표되는 인간의 욕망을 예수 믿는 것으로는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의 실상을 들키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엊그제 거의 스무살 정도 어린 후배이자 동역자가 부목사로 섬기고 있는 교회에서 의젓하게 일을 잘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한편으로 대견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이곳에서 오랫동안 평안하게 지내라고 말해 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이런 큰 교회에서 나가면 얼마나 힘든지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오늘 그에게서 전화를 받았습니다. 이 편안한 삶에서 벗어나 힘든 길로 나서보고 싶다는 것입니다.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그가 말하기를 '너무 평안해서 자신의 신앙이 물러지는 것 같다'고 느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신앙이 단단해 지도록 어려운 길로 나가 보고 싶다네요.
광야.. 광야란 말이 생각 났습니다. 이틀 전에 그를 보고 들었던 생각을 얘기하면서.. **야, 광야는 생각보다 많이 힘들단다. 그리고 외롭고.. 그런데 **야, 가장 절실하게 하나님을 찾고, 그래서 친밀하게 만나 함께 할 수 있고, 단단해 질 수 있는 곳이 광야는 맞단다라고 말하고 말았다.
얼마나 힘든지 알기에.. "현실을 생각해 봐라"라고도 말하지만, 이런 그의 생각이 너무 이쁘고, 고맙답니다. 왜냐면 이게 믿음으로 비롯된 생각이고, 소명 받은 자만이 할 수 있는 생각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청소년 사역을 하는 작은 팀 사역 공동체를 섬기며 동역하는 사랑하는 이들이.. 이런 친구들이 많네요. 그래서 참 고맙고, 자랑스럽답니다. 왜냐면, 우리의 사역과 교제를 통해 아이들이 은혜를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동역자들이 이 사역을 감당하며 이런 '광야'의 믿음과 가치관을 잃지 않기를 속으로 늘 기도하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아직도 교회는 꺼지지 않은 불씨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친구들이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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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글을 쓰겠다구... (0) | 2004.07.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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