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과 2012년의 공통점과 차이점
제가 사회(?)에 첫발을 내딛은게 1994년입니다. 1994년 3월 9일 혼자서 승용차에 이불짐과 가방하나 싣고 울고넘는다는 박달재를 넘어서 5시간 거리를 달려 강원도의 작은 산골에 도착을 했습니다. 산 중턱에 있는 허름한 예배당과 주택에 도착해서 처음 잠을 자던 날, 3월이지만 여전히 추운 겨울 날씨를 보이는 강원도의 거센 바람이 방 안의 벽지와 천정을 들썩이게 하면서 잠을 못 이루던 기억이 선명합니다.
그해 여름, 6월에 무너저 내리는 주택을 수리하기로 맘을 먹고, 친구 한명과 일을 시작합니다. 하지만, 기술이 없는 관계로 제천 시내 교회의 건축업을 하시는 민권사님의 도움을 받기로 했습니다. 어차피 장마철이라 공사도 없을 것이라 생각하시고 도와주기 시작하셨는데...
그해 여름 장마기간엔 단 하루, 그것도 오전에만 소나기가 내리고 비가 내리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7월 말까지 한달 넘게 고생하셔야 했고, 모든 자재를 산 중턱까지 올려야했고, 암반이 나와 깨는데만 일주일이 걸렸고, 모래도 강에가서 퍼다가 해야 했기에 정말 많은 고생을 해야 했습니다.
원래 여름이 그런가보다 했는데... 오늘 뉴스를 보니,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더운 여름이었다고 하네요.
목회를 시작하던 여름이 그렇게 뜨거웠고, 목회를 접을까 고민하는 이 여름이 이렇게 뜨겁네요. 한달여를 에어콘 없는 집에서 귀양살이하듯 땀을 흘리며 아파하고 있습니다.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지......
(아래 뉴스 기사)
<'최악의 폭염' 1994년 여름 얼마나 더웠길래>
33도 이상 29.7일…올해는 아직 ⅓ 수준 더위 진행양상 당시와 비슷…이번주 '효자태풍' 기대연합뉴스김계연입력2012.08.06 10:52수정2012.08.06 11:10
더위 진행양상 당시와 비슷…이번주 '효자태풍' 기대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지난 5일 전국 곳곳의 수은주가 사상 최고로 치솟으면서 역대 가장 뜨거웠던 해로 기록된 1994년 수준의 폭염이 찾아오는 것 아니냐는 걱정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속 기간과 강도를 따졌을 때 올해 더위가 아직은 당시에 견줄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게 기상청의 설명이다. 이번 폭염의 각종 기록이 94년에 미치지 못하는 것만 봐도 18년전 여름이 얼마나 더웠는지 알 수 있다.
◇"'폭염의 추억' 떠오를 만하지만…" = 6일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5일까지 전국 평균 폭염일수는 10.3일로 1994년 여름 29.7일의 3분의1 정도에 불과하다.
서울의 경우 올해 여름 들어 최고기온이 폭염의 기준인 33도를 넘은 날이 지난 5일까지 열흘인 반면 1994년에는 29일이나 됐다.
당시 7월16일부터 29일까지 열나흘 동안 연속 낮 최고기온이 매일 33도를 웃돌았다. 올해는 지난 5일까지 엿새가 최장 기록이다.
산술적으로는 현재 수준의 더위가 이달 말까지 계속 이어져야 1994년 폭염과 엇비슷해진다.
1994년 여름 서울에서는 하루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인 날이 34일이나 됐다. 당시 서울의 열대야는 7월 초순에 시작해 8월 중순까지 이어졌다.
올해 서울은 지난달 23일 처음 열대야 현상이 나타났다. 현재까지 모두 12일 발생했는데 지난달 27일부터 열흘째 밤사이 수은주가 25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고 있다.
그나마 올해는 지난달 30일 오전 소나기가 내리면서 기온이 23.0도로 떨어진 적이 있다. 그러나 1994년에는 7월18일부터 31일까지 열나흘 연속 열대야가 나타나면서 기온이 단 한번도 25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았다.
유희동 기상청 예보정책과장은 "1994년에 너무 더워서 점심을 먹으러 못 나갔던 기억이 난다"며 "올해는 그때만큼은 아니지만 2000년대 들어 덥다고 했던 2004년, 2008년에 비해 더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웬만해선 안 깨지는 1994년의 기록 = 지난 5일 일부 지역에서 관측 이래 수은주가 가장 높이 올랐지만 실제로 1994년 여름보다 더웠던 곳은 수원ㆍ제천 정도다.
나머지는 1994년 당시 관측소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틀 연속 전국 최고기온을 기록한 영월은 1994년 12월에 기상관측이 시작됐다.
관측 자료가 어느 정도 축적된 상당수 지역에서는 1994년 최고기온 기록이 깨지지 않고 있다. 서울의 경우 1994년 7월24일 38.4도, 23일 38.2도가 나란히 1ㆍ2위에 올라 있다.
영천ㆍ밀양 39.4도, 창원 39.0도, 진주 38.9도, 광주 38.5도, 원주 38.0도, 청주 37.8도 등의 지역별 역대 최고기온 기록이 모두 당시에 세워졌다.
당시 폭염의 기세가 극에 달했던 7월 말에는 서울의 최고기온이 평년보다 최고 8.6도 높았다. 올 여름 가장 더웠던 지난 5일 서울의 최고기온은 평년보다 6.1도 높았다.
기상청은 서울의 경우 32도부터 기온이 1도 오를 때마다 65세 이상 고령층에서 9명의 초과사망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초과사망자는 하루 평균 사망자 수를 초과한 실제 사망자 수를 말한다.
당시 기록적인 폭염으로 전국에서 3천384명이 숨졌다. 이는 태풍ㆍ홍수 등 모든 종류의 자연재해를 통틀어 역대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사례로 기록돼 있다.
◇짧은 장마에 동풍 효과 '닮은꼴' = 기록으로 보면 이번 더위가 18년 전의 기록적 폭염에는 아직 미치지 못하지만 진행되는 양상은 어느 때보다 비슷하다.
두 해의 더위가 유난스러운 것은 장마가 짧고 강수량도 적었던 탓이 크다. 비가 적으면 일조시간이 길어져 열기를 식힐 틈이 없다. 더위가 일찍 찾아온 데 따른 심리적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올해 장마는 평년에 비해 6∼8일 일찍 끝났다. 장마기간은 남부지방이 30일로 평년보다 2일, 중부지방은 19일로 평년보다 13일이나 짧았다. 강수 일수가 평년보다 3일 적었고 강수량도 292.1㎜로 평년의 82% 수준이었다.
1994년에도 적은 비와 짧은 장마가 폭염을 몰고 왔다.
당시 장마기간은 중부 22일, 남부 15일로 평년의 절반을 겨우 넘었다. 장마기간 강수량은 전국 평균 133.6㎜로 평년의 37%에 불과했다. 특히 남부지방은 75.1㎜의 비만 내린 채 7월 초순에 장마가 끝나버려 여름 내내 극심한 가뭄에 시달렸다.
태백산맥을 넘으면서 뜨거워진 바람이 전국을 더욱 달구는 현상도 똑같다.
올해의 경우 이달 들어 엿새째 동풍이 불면서 영남 일부 지방에만 나타났던 35도 이상의 폭염이 서울ㆍ경기ㆍ충청ㆍ호남 등 전국으로 확대됐다.
1994년 여름에도 6월부터 동풍이 불기 시작해 여름 내내 동해안을 제외한 전국의 기온을 상승시키는 효과를 냈다.
덥고 습한 공기 덩어리인 북태평양 고기압이 우리나라 상공에 버틴 채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 상황에서 태풍 말고는 달리 더위를 풀어줄 만한 요인이 없는 것도 비슷하다.
1994년에는 7월 말부터 8월 초까지 태풍 '월트'와 '브렌던'이 잇따라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쳐 며칠 동안이나마 폭염의 위세가 수그러들었다.
올해는 이달 초 태풍 '담레이'가 '효자 태풍'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중국 쪽으로 빠져나가면서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했다.
현재 일본 오키나와 근처에 머무는 태풍 '하이쿠이' 역시 오는 8일께 중국 상하이 근처로 상륙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세력이 강한 편이어서 우리나라 근처의 기압계를 어느 정도 흔들어줄 것으로 기상청은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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