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어버이날이 왔습니다. 특별히 주일이어서 어버이날 겸 어버이주일로 보낼 수 있었습니다.
어버이주일 설교는 가장 힘든 것 같습니다. 부모공경을 가르키기 전에 나 자신부터 부끄럽고, 한편 마음이 찡하기 때문입니다.
애써 눈물을 참으며 말씀을 전했습니다. 그런데 말씀을 전하며 우리 부모님이 언제나처럼 계셨으면 하는 바램이 간절했습니다.
사실, 주일 아침에 아버지와 어머니께 문자를 드렸습니다. 어린이날 미리 찾아뵙고 왔기에, 문자로 마음을 전하는 것으로 대신하려 했습니다.
"낳으시고, 기르시고, 기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자식 잘되는거 보시게 오래동안 건강하셔야 해요"
월요일 새벽에 핸드폰에 아버지가 남긴 문자가 2개 있었습니다. "연락주세요", "."
'아, 어제 내가 보낸 문자에 답장을 보내시려다 실패하셨나보다!'라고 생각하고 아침에 전화드렸습니다. 전화를 안받으십니다. 한참 동안이나.
집으로 전화했습니다. 어머니가 말씀하시길... "안 그래도 너희 왔다 간 뒤로 아버지가 약간 정신이 없으시다. 멍하니 계시고. 오늘 아침에도 해야 할 일 잊으셔서 지금 나가셨는데, 연락이 안되고 안들어오신다."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습니다. 치매 전조 증세 같아서 염려가 되었습니다.
누나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시내에서 아버지를 찾으시는데 안 보이신다는 것입니다. 정말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얼마 후 누나에게 문자가 왔습니다. "** (아침에 물건 보내야 했던 곳)에 도착하셨다가 돌아오고 계시단다. 있다가 병원 모시고 다녀올께. 같이 가실지 모르겠다. 고집 때문에"
병원에서는 일단 심장과 폐기능이 무척 약해 지셨다고 하셨답니다. 수요일 오후에 검사 결과가 나오지만, 수술을 해야 할지도 모르신다고 하네요.
치매도 걱정되고, 노환도 걱정됩니다. 어떤 결과가 나와도 오래만 사시면 좋겠다는 마음뿐입니다.
어제밤에 두 딸과 아내를 모아놓고 얘기했습니다. 아버지의 건강 상태에 대해 얘기하고 "난 부모님이 건강이 안 좋으시면 모시고 살꺼다. 너희에게 약간 불편할지 모르지만, 어쩔 수 없다."라고 얘기했습니다. 모두가 흔쾌히 동의하고, 좋다고 하네요.
오늘도 누나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아버지 어떠셔?" "잠깐, 아버지랑 통화해봐."하고는 바꿔줍니다. 당황 스러웠습니다.
"아버지, ..... 건강 잘 챙기셔야죠...." 딱히 뭐라 말해야 할지를 몰라서 제대로 잇지 못했습니다.
누워계신 듯한 목소리로 힘겹게 얘기하십니다. "니가 *** 하는 제목이 뭐냐? 내가 *** ***께 얘기해보려구."
얼마전 매형이 "아버님은 그렇게 교단 위해 일 많이 하셨는데도, 아들은 하나도 챙겨주지 않으셨다."라고 농담반 진담반 했던 말이 걸리셨나봅니다.
그게 마음에 걸리셨던 모양입니다. 마음이 더 아픕니다.
우리 두 형제는 정말 괜찮았거든요. 둘다 아버지 닮아서 빽같은거 바래지도 않고, 큰교회 욕심도 없습니다. 그냥 부끄럽지 않게 목회하는 것만 바랄 뿐인데... 아버지는 아프신 가운데 마음에 걸렸나봅니다.
"아버지, 오늘도 여러 일 때문에 바쁜데... 뭘해도 기쁘질 않네요. 툭하니 건드리기만 하면 울음이 터져 나올 것 같네요.
제발 얼른 기운 차리고 일어나세요. 자식 잘되는거 보셔야죠."
나오는건 한숨과 기도 뿐이네요. 이 글을 읽는 분들께도 기도를 부탁드리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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